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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뺀다는 것의 의미: GLP-1 유사체 시대에 다시 쓰는 ‘몸’의 이야기

건강연구 2025. 5. 11. 15:50

들어가며

 

언제부터 우리는 살을 빼는 것이 당연한 일, 나아가 꼭 해야 하는 일처럼 여겨지게 되었을까. 혹은, 언제부터 살이 찌는 것이 게으름과 자기관리 실패의 상징처럼 여겨졌을까.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몸과 대화하고, 싸우고, 때론 타협하며 이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다이어트라는 이름의 이정표가 놓여 있다.

최근, GLP-1 유사체(GLP-1 receptor agonist)라는 새로운 치료제가 다이어트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위고비(Wegovy), 오젬픽(Ozempic), 몬자로(Mounjaro)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이 약물은 당뇨 치료제로 처음 세상에 나왔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탁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한 알의 약이, 한 번의 주사가, 우리가 수십 년간 노력해도 이루지 못한 감량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다는 희망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신기루 같던 꿈을 현실로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지점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살을 빼는 것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약이 내 몸을 대신해주는 시대에, 우리는 우리의 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리고, 이 시대에 몸을 바꾼다는 것은 곧 삶을 바꾼다는 말과 같은 의미일까?

 

살을 뺀다는 것, 그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요?

, 그 오래된 이야기

 

몸은 단지 생물학적인 존재가 아니다. 몸은 사회적이며, 문화적이고, 철학적이다. 우리는 자신의 몸을 통해 타인과 관계 맺고, 스스로를 표현하며, 세상 속의 나를 이해해간다. 몸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떻게 머리를 자를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창구가 된다. 그러나 동시에, 몸은 늘 평가받는 대상이기도 하다.

뚱뚱한 몸은 게으름’, ‘자기관리 부족’, ‘비호감의 이미지로 덧씌워지고, 마른 몸은 노력’, ‘절제’, ‘자기통제의 상징으로 찬양된다. 여성의 몸은 섹슈얼리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남성의 몸은 힘과 능력의 표현으로 소비된다. 그리고 이 모든 프레임은 사회와 미디어, 문화의 결을 따라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내면 깊숙이 파고든다.

몸은 우리의 것이지만, 늘 사회로부터 소유권을 위협받는 대상이기도 하다.

 

 

다이어트, 끝없는 자기검열의 서사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를 단순히 살을 빼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실제로 다이어트는 자기검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다이어트를 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통제하고, 절제하며, ‘이만큼은 안 된다는 경계선을 몸속에 그려나간다.
이러한 과정은 종종 수치심과 죄책감이라는 그림자를 동반한다.
한 조각의 케이크를 먹고 나서 찾아오는 자괴감, 운동을 빠진 날 밤에 느껴지는 무가치함, 체중계 숫자 앞에서 들리는 심장의 쿵쾅거림.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 조절이 아닌 자기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평가와 전쟁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물어야 한다.
이 모든 감정의 진원지는 과체중일까, 아니면 사회가 부여한 몸의 규격일까?
그 질문 앞에서 GLP-1 유사체의 등장은 한 편의 반전을 예고한다.

 

 

GLP-1 유사체, 신체와 의지 사이의 경계를 넘다

 

GLP-1 유사체는 인체의 장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이라는 호르몬을 모방하여 작용한다. 이 호르몬은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며, 특히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하여 배부름을 더 빨리 느끼고, 배고픔을 덜 느끼게 만든다.이로 인해 식사량이 줄고, 체중이 감량된다.

이 치료제의 등장은 다이어트를 의지의 문제로 여겨왔던 기존의 관점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는다.
먹고 싶은 걸 참지 못해서 살이 찐다는 식의 인식이 그건 호르몬의 작용일 뿐이라는 과학적 설명으로 대체되는 순간,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내 몸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는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처음으로, 스스로를 탓하는 대신 내 몸의 생리적 반응을 받아들이고 치료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한 것이다.

 

 

의학이 바꾸는 몸, 그 안에 남는 마음

 

하지만 약이 식욕을 억제한다고 해서, 우리의 자존감까지 곧장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체중은 줄었지만 거울 속의 자신이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는 이들도 있다.
수치심에서 벗어났지만, 오히려 약 없이는 안 되는 몸이라는 새로운 의존감에 사로잡힌 이들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외형적으로는 변화했지만, 삶의 만족도나 감정적 허기는 여전히 그대로라고 토로한다.

GLP-1 유사체는 몸을 바꾸지만, 마음까지 함께 바꾸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금 돌아봐야 한다.
진정한 변화는 단지 체중의 수치가 아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약이 할 수 없는 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GLP-1 유사체는 강력하다. 하지만 그 약이 해줄 수 없는 일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내 몸을 사랑하는 감각을 회복하는 일
  • 삶의 의미를 외모로부터 분리해내는 일
  • ‘나’라는 존재가 단순한 숫자로 평가받지 않도록 지켜내는 일

 

약은 식욕을 억제해줄 수 있지만, 내가 내 몸을 향해 품는 연민과 존중, 그리고 책임감까지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결국, 내 몸과 나 사이의 관계는 나만이 세워나갈 수 있는 고유한 서사.

 

 

새로운 시대, 새로운 몸의 정의

 

우리는 지금 몸에 대한 정의가 다시 쓰여지고 있는 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
GLP-1 유사체는 단지 약물이 아니라, 비만에 대한 인식, 다이어트의 철학, 몸을 둘러싼 사회적 시선을 새롭게 조명하는 렌즈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살을 빼는 것이 곧 노력의 증거였다.
하지만 이제는 올바른 치료와 선택이 진짜 자기관리의 증표가 될 수 있다.
스스로 참아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도움을 적절히 요청하고 수용하는 것 역시 용기임을 사회가 점차 인정하고 있다.

 

 

마치며: ‘을 다시 쓰는 글을 당신과 함께

 

살을 뺀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나를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약이라는 도구를 통해 몸에 대한 더 따뜻하고, 더 과학적인, 더 공감 어린 서사를 써내려갈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GLP-1 유사체 시대의 도래는 몸을 바꾸는 것이 단지 미용의 문제가 아님을, 그것이 삶의 질을 높이고, 내면의 건강을 돌보는 깊은 여정임을 말해준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살을 뺀다는 것, 그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대답은, 오직 당신의 이야기 속에서만 진실로 빛날 수 있다.